*** 나의 둘레들 ***/사는이야기(雜記)

108사찰순례 회향

방랑자333 2006. 11. 28. 20:49

 

 

 나만의 108사찰순례 회향식   

 

 


 

재작년,작년초에

나는 몸과 마음의 건강이 좋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리 저리 돌아 다니던 작년 여름,

충남 청양에 있는 장곡사에서

비오는 날에 절을 찾아 다니는

나이든 보살님들을 문득 바라보다가

 108사찰 순례를 홀로 해보겠다고 서원을 세웠었다.

그로부터 계절은 여름,가을,겨울,봄,여름,가을,겨울 즉, 여섯번 바뀐

오늘이 되어 경기도 안성의 청원사에서 108사찰 순례를 일단계로

마무리하며 108배를 했다.

촛불켜고, 차(청수)를 올리고, 향을 사루면서

또 다른 나와의 회향식을 가졌다. 


어릴적 봄소풍 가을소풍 1년에 두 번이면 충분하였던 나에게

그리 작은 일도 아니었지만 ,

해내었다고 생각하는 뿌듯한 마음보다도

내가 찍었던 사진과 내가 쓴 글들이, 다른 분들이 읽어보는데

혼란스럽거나 부담되게 하지 않았는지 ?

108사찰을 오가며 신세지고 번거롭게 누를 끼진 않았는지 등등

모든 분들게 회향하는 시간을 가졌다.


108사찰을 오고가며, 

108번뇌를 끊어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으며,

선지식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였지만,

그것은 나에게

사치이며 탐을 내는 어리석음이었다.

절집의 맑은 공기에

부처의 마음서린 밝은 마음들이

나를 자꾸만 그곳으로 오라고 하는것 같아서 좋았으며

그자리에 잠깐이나마 머무르는 것으로도

마음이 푸근하니 좋았었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

이렇게 업장이 무서운것인가?

세상사 뻔지르한 사람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하는

현대생활이 산중에도 있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몇 푼 안되는 봉급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넉넉한 보시를 못하니 

인생의 비애가 이런 것인가? 라고 생각도 하였었다.


절들을 답사하는 동안 어떤 물질로 많이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마음 가득한 나는 누구보다도 부자였었다고 자위하였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말씀을 빌리지 아니하더라도

비워져 있음으로 해서 충만한 것을 아는 이는 알 것이다.

 

이제부터는 

재가 불자의 한계는 있겠지만,

거추장스러운것 모두 다 던져 버리고

내 자신의 부처를 찾아보러 가고 싶은 마음인데......

내일 또 다른 절에

찾아가는 방랑을 할지도 모르는 

이 철없는 중생인 나의 앞일 들이다.

하기사

내생이 내일보다 빠를는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니

누가 내일을 알겠는가 마는......  

 이제 바람은 차고 해는 저물었다.

별 다른 사고없이 108사찰을 다니게 한

불법승(佛法僧)삼보님과 관계되는 모든 분들......

그리고 108개나 되는 절집들을   

나돌아 다니는지 어쩐지 잘알지도 못하는 집사람과 가족들.

그리고 추임새를 넣듯 힘을 주신

모든 법우들과 블로거들에게 합장합니다.

성불하십시요.


불기 2550 년(서기:2006년) 음력 10월 8일

 

약사재일에 무위재 주인 합장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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